다원화되고 파편화되는 현대 도시에서 단일한 주체가 주도하는 도시재생의 거버넌스는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해법 제안에 그치게 되며, 이러한 도시재생은 장소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도시 내에 현존하는 한 명 한 명의 개인들이 건축의 이해관계에 얽히어야 하며, 개인의 참여를 위해서는 공동체와 연대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역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지역의 건축을 목표로 했다. 물리적 환경의 분석과 지역과 공동체에 대한 정의, 거버넌스와 개발 방식에 대한 제언, 재생의 과정과 결과물인 건축물이 가지게 될 위계를 통합해서 보여주는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것에 중심을 두었다.
사례 조사를 통해 가능성을 파악한, 지역 주민들의 신탁이 토지를 공유해 점진적인 도시 개발을 진행하는 공동체토지신탁 모델을 대상지에 적용하고자 했다. 고도와 보행권, 프로그램 사용자들의 관계를 수치화하여 지역 거주자들을 위한 도시재생 대상지가 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을 뽑아 물리적인 환경을 분석한 후, 맹지와 상업-주거의 불균형을 나타내는 후보를 대상지로 선정하였다. 맹지와 도로의 관계가 단절된 것이 불균형과 주거 환경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였고, 지역 주민이 공유하는 토지의 건물들 중 일부를 철거하고 주변 건물을 리노베이션하여 건물들로 둘러싸인 공간을 연속적으로 내어주어 느슨한 보행축을 만들고자 했고, 이러한 공간들을 ‘파티오’라고 정의했다. 비교적 넓은 지역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개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대상지 내에서도 설계를 통해 보여줄 작은 단위를 설정하였고, 그 후 철거와 리노베이션, 신축과 프로그램 전환이 순차적으로(혹은 동시에) 일어나는 재생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설계를 진행했다.
주변의 차도들보다 낮은 위계로, 그러나 그물처럼 얽힌 파티오들은 복잡한 도시 사이 사이에 위치한다. 파티오들은 방문객들을 위한 작은 상권이며, 거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중립적인 장소이다. 홍대앞이 붐비면 사람들을 위한 자그마한 이벤트가 열리는 곳인 동시에 사람이 없는 한적한 날에는 조용한 공원으로 쓰이는, 도시의 항상성을 유지해주는 숨구멍이다.
개인적으로는 도시와 개별 건축물, 관과 주민, 자본과 장소, 계획과 세부, 분석과 직관 등 이원화된 것처럼 보이는 것들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고 타협을 도출하는 것, 또는 통합하는 것의 중요성을 깊이 새긴 한 학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