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전 작품
모든 쌓여온 것들 가운데에는 필연적으로 그 ‘사이’ 가 생긴다.
서울 곳곳에는 산 등성이에 판잣집들이 모여 시작된 언덕 위 동네들이 있다.
차곡차곡 쌓여온 건물들 사이에는 계단, 골목길 등 그것들을 잇는 것들이 생긴다.
용산구 해방촌도 이에 해당되며, 전쟁 후 피난민들이 얼기설기 쌓아서 최초의 터를 만들었고 해방 이후 시간이 흐르며 외국인, 노동자, 청년 예술가 등이 차례로 해방촌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이 해방촌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연결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직접 꾸려 나가는 여러 커뮤니티들 덕분이다.
해방촌 내에는 다사리, 온지곤지 협동조합, 스페이스 프렌즈 등 주민을 중심으로 설립되어 지역 내에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단체들이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다양한 시도들을 뒷받침해줄 공간이 부족하다. 평지에 가꿔진 동네와는 다르게 가파른 언덕 위에서 시작한 동네는 공원, 놀이터 등의 적절한 사회적 인프라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해방촌 또한 높은 경사에도 불구하고 오르고 내리는 길에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벤치 하나 찾아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이 도보로 동네 안을 이동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린이나 노인 주민이라면 더더욱!
동네에 적절한 공유 공간이 없다면 이처럼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길과 계단들 그리고 방치된 겹들을 활용해야 한다. 필자는 이 이야기의 흐름에서 생기는 겹과 사이를 이용해 해방촌에 새로운 거점들을 만들고 그 사이의 관계들을 새로 조성하고자 한다. 빈 건물들과 계단들을 결합해 하늘을 지붕 삼는 공간들을 만들고, 각 지점마다 메인 프로그램을 각각의 협동조합들이 운영하도록 한다. 각각의 지점들은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교육 공간, 상인들끼리 함께 장을 만들고 나누는 공간,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학생들이 교류하는 공간 등 주요 기능을 가지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해 지역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것들을 함께 경험하며 나누면서 잠시 멈추어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