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전 작품
The National Assembly of the Republic of Korea Renovation
국회의사당은 1975년 완공 이후, 현재까지 대한민국 의회정치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과 가깝고 친근하며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할 국회의사당은 매우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며 심리적 거리감이 느껴진다. 건축 당시 군사 정권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을 크고 웅장하게 짓길 원했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중앙정치권력 분산을 위해 세종시로 국회를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경우, 국회의사당에서 한국 정치의 주무대라는 권위적 기능은 사라지고 앞서 서술한 권위적 공간만 남는데 국회의사당을 활용하지 않고 현대사의 유적으로 남겨두면 여태껏 누적된 권위의 ‘겹’을 더욱 과시하고 공고히 하는 셈이다.
따라서 남은 국회의사당 건물에 권위적 공간과 대비되는 역할을 부여하여 과거 일부 계층을 위한 공간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Commercial & Residential Space로의 레노베이션을 제안한다. 또한 매스와 입면, 동선에 변화를 주고 로텐더 홀, 본회의장, 그리고 돔과 천장의 공간 구성을 새로이 하여 기존의 건물이 가지고 있던 무거움을 덜어내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국회의사당을 권위의 정점으로 만드는 국회대로와 의사당대로의 수직 축을 벗어 던진다. 이제 누구나 알던 국회의 전통적인 입면은 사라진다. 새롭게 제시한 축 방향으로 새로운 입면과 동선이 생긴다. 매스의 정남향은 자연 채광을 유입하기 위해 잘려 나간다. 직육면체 돌덩이였던 매스는 핑크색의 유리 블록으로 바뀐다. 투명한 유리 입면으로 45년간 단 한 번도 자연광이 들지 않았던 국회 안에 환하게 빛이 든다.
지표면보다 높아 여의도를 내려다보던 로텐더 홀은 본래 광장의 의미를 살린 아고라가 된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들어와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스포츠 경기를 구경하고 예술 작품에 대해 토론한다. 방사형 계단 형태의 본회의장은 이제 호텔의 객실이 된다. 허락된 자들만 들어와서 놀거나 졸거나 업무에서 한눈 팔면 안 되던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본회의장은 이제는 누구나 와서 얼마든지 놀고 자고 가볍게 쉴 수 있다.
국회의사당 권위를 나타내던 돔과 지붕에서 추상적인 의미와 상징들은 사라진다. 사람들이 위를 올려다봐서 생긴 돔의 권위와 반대로 뒤집어진 돔 하나가 등장한다. 야자수로 둘러싸인 인공해변에 서서 물과 물고기로 가득 찬 돔 안을 내려다보며 사람들은 국회의사당 안에서 완전히 새롭고 가벼우며 상상치 못한 경험을 한다.
권위가 오랜 시간 겹겹이 쌓여 무거워진 국회의사당 건물이 이처럼 가볍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달라진 것은 ‘pink diet’를 통한 변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