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전 작품
exterior view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 자리에 거대하게 서있을 것만 같은 건축물도 결국은 파괴되어 끝을 맞이한다. ‘경복궁 복원프로젝트’와 양립할 수 없던 ‘조선총독부 건물의 존립’은 건물의 완전 철거를 불가피해 보이게 했다. 하지만 조선총독부 건물, 즉 중앙청의 문화재적 가치나 후대에 전해지는
교훈, 한국의 근대 역사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필자는 본 설계를 통해 경복궁 복원 프로젝트와
중앙청 보존의 양립을 실현하고자 했다.
지구상의 모든
것들은 끝이 없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갖고 Permanent를 향해 가고 있는 상태이다. 거대하고 무거운 건축물도 마찬가지이다. 철거, 재해, 재난 뿐만 아니라 침식, 풍화의
과정을 거치며 본연의 형태를 지금 이 순간에도 잃어가고 있다. 특히 파괴는 건축물이 Permanent에 수렴하지 못하게 하고, 찰나의 지나치는 것(Instant)으로 그치게 한다. 영원할 것만 같던 건축물이 붕괴되었을
때 우리는 물리적인 것의 한계를 깨닫고 다시 한 번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음을 느낀다.
파괴하며 창조된다. 상실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파괴가 만들어낸 공간은 충격과 공포를 주면서도 역설적으로 의외의 형태와 가치를
불러일으킨다. 무질서한 공간들은 쉽게 지배할 수 없던 우리 민족을 상징하며, 파괴의 상흔들을 통해 보게 되는 서울의 풍경과 경복궁 전망은 어두웠던 역사를 인정하고 더 나아질 미래를 예상하게
한다. 과거의 깊이를 잘 담아내는 파괴는 짓는(Build) 행위가
표현할 수 없는 시간의 경과를 효율적으로 보여준다. 복원된 경복궁에서 느낄 수 없는 지난 시간의 씁쓸함을
폐허가 된 중앙청에서 채워준다. 육중한 콘크리트, 기념비적
스케일의 구조물들이 자연경관, 도시와 함께 어우러져 역사와 전통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공간의 영원성에 대한 느낌을 각인시켜준다.
북악산과 경복궁을
가리던 덩어리의 파괴는 배경과 형상의 경계선을 허물어준다. 전망을 가리던 형태는 그 경계를 열어주는
과정을 통해 전망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이러한 건축물의 상징적 파괴는 시간의
경계 또한 허물어주어, 흘러가는 시간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파괴는
의외의 형태와 예상치 못한 공간을 만들지만, 나는 그 속에서 질서를 만들고자 한다. 여백의 미, 화려한 기와지붕,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를 갖춘 경복궁 속에서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풍기는 흉물스러운 아우라. 남길 부분과
지울 부분을 결정하는 과정이 곧 공간에 기능을 부여하는 방법이 된다. 첫번째는 절단이다. 진북을 기준으로 수직과 수평이 명확한 총독부의 축이 아닌 자북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흥례문의 축을 이용해 기준을
재생성하고, 경복궁과 공존할 수 있도록 건물을 잘라낸다. 두번째는
덜어냄이다. 형태를 덜어냄으로써 절단을 통해 생긴 4개의
구역에 각자의 역할을 부여한다. 세번째는 연결이다. 남은
것들 간의 연결은 곧 파괴한 공간을 재해석하는 길이며, 폐허를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이로써 파괴된 조선총독부가 경복궁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4개의 구역을 이어 동선을 유도하고 그에 따라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배치도
정면도
북향 전망대
2F 실내 전시실
3F 실내 전시실
남향 전망대
근정문 옆에서
다리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