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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전 작품

[건축학과 졸업설계] 박현진 | Beyond the heritage paradigm
  • 건축설계(9)
  • 작성일  2021-03-27
  • 조회수  2841


 

 

역사의 수단이자 이데올로기의 표현이었던 근대 건축유산들은 우리가 가장 잘 인식할 수 있는시각적 상흔이다. 하지만 단순한 형태적 보존으로 마무리된 1차원적 활용은 그 유산으로 인해 만들어질 수 있는 많은 가치들을 누릴 수 없게 만든다. 역사적 가치는 있으나 시대적 기능을 다 하여 사용이 중단되고 방치된 공간을 재생한다는 것은 기존 건축물의 가치를 인정하고 활용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과거의 역사와 재생될 미래를 연결하는 하나의 문화적, 역사적 매개체 역할을 하며 도시와 융화될 활용방안이 필요하다.



부정적 역사를 대표하는 남영동 대공분실은 독재의 시대에 맞선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자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으로 상징되는 반인권과 민주주의 탄압의 역사적 의미를 지닌 장소이다. 부정적 성격을 가진 근대건축유산 중 드물게 이전, 해체, 전용을 겪지 않았으나 폐쇄적인 성격 또한 지속되어 발전하는 지역사회의 중간에 고립된 상태이다. 본 프로젝트에서는 보존된 기존 건물과 메모리얼 뮤지엄의 증개축을 통해 남영동 대공분실의 폐쇄적 성격을 현대 도시에 어울리는 개방적 성격으로 정화해내고, 도심 속에 과거를 전시하여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 현재 소극적으로 과거 시설 보존만을 통한 추모의 태도를 취하고 있는 남영동 대공분실에 보다 효과적인 전시 방법을 제시하여 그 시대적 가치를 극대화한다.

 

 

새로운 공간으로의 변화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은 민주화운동을 위시한 장소의 정체성으로 구성된 도시의 역사적 축과, 이 공간이 공공에게 개방됨으로 일어나는 사용자의 전환이다. 

첫 번째 과정은 선별이다. 기존 건물에서 보존할 부분과 변형할 부분을 결정한다. 남겨지는 부분은 사람들로 하여금 과거를 기억하게 할 것이고 변형되는 부분은 그 과거에 대해 사색하게 만드는 기존 건물의 폐쇄적인 성격에 따라 고려되지 않은 주변 지역사회를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는 덜어냄이다. 기존 5층의 건물에서 증축된 6, 7층과 테니스장이 있던 부분을 덜어내어 선큰으로 만든다. 두 부분은 독재정권의 기득권자, 고문기술자들 전용의 유희공간으로 이용되었던 상징성이 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 다른 형태와 기능을 부여하고 공공에게 개방하여 기존 가치를 전복한다. 

세 번째는 더함이다. 유휴부지와 덜어낸 공간에 판상형의 전시공간을 만든다. 더해지는 공간들은 추모, 애도, 공감, 그리고 해소라는 새로운 가치를 상징한다. 다양한 높낮이와 테마의 전시공간을 오르며 관람자들은 감정을 해소하고, 기존 건물의 증축부에서 개인적인 추모를 행한다. 

마지막은 형상화이다. 기존 남영동 대공분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가치가 충분한 건물이지만 현 상태 그대로 대중에게 개방하는 소극적인 애도의 방식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다양한 가치와 감정을 되새김질하는 공간으로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대지의 기울어진 위계의 중심을 잡으며, 기존 건물과 대비되는 매스를 제안한다. 지오데식 돔은 그 자체로 투명성과 개방성을 상징하며 기존 건물과 극적으로 대비된다.


새로 생겨나는 공간은 관람자들과 추모자들로 하여금 진입과 동시에 위압감과 충격이라는 감정의 상승을 겪게 하고 이후 판상형의 전시공간을 오르며 감정의 해소를 겪게 함으로써 상승과 하강을 번갈아 경험케 한다. 관람자는 이 서로 충돌하는 두 매스와 그 이후 판상형 전시를 통한 감정의 해소로 내면을 깊게 성찰하게 된다. 여기서 비롯된 감정은 무조건적인 애도와 추모로 정의되지 않는 정형적이지 않은 감정으로, 관람자들은 각자 다르게 그 감정을 받아들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