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맥퀸의 그로테스크하고 공격적인 디자인과 패션쇼로 각광받던 Alexander Mcqueen은 리 맥퀸의 죽음 이후, 새로운 디자이너인 사라 버튼의 지휘로 그 분위기를 달리한다. 어둠이 걷힌 듯 분위기가 미묘하게 밝아진 점에 주목하여, 리 맥퀸을 어둠, 사라 버튼을 빛으로 치환했다. 빛과 어둠은 그 성질이 다르다. 그러나 극단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빛에서 어둠으로 서서히 변하며 연결성을 가진다. ‘맥퀸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그의 비전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사라 버튼. 리 맥퀸의 뒤를 이어 Alexander Mcqueen이라는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 패션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을 담고자 했다.
리 맥퀸은 고딕 양식에서 영감을 많이 얻곤 했는데, 이 플래그십 스토어도 고딕 양식에서 줄기를 잡았다. Ribbed Vault를 형태적으로 변형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파사드로 돌출시킨 곡면은 시간에 따라 다른 그림자의 모습을 연출한다. 그리고 빛의 반사, 디스플레이, 계단실, 피팅룸 등 기능과 접목시키며 변형하였다. 또, Ribbed Vault의 스케일을 조절을 통해 빛을 반사시켜서 빛과 어둠을 건물에 담아내고자 했다. 건물 중앙에 위치한 길고 넓은 2개의 Vault를 통해 빛을 들인다. Vault를 따라 흐르는 빛은 지하로 내려갈수록 희미해지고, 그림자로 가득 찬 지하에서는 빛의 존재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생전 리 맥퀸의 컬렉션을 전시하는 지하인만큼 기괴한 무드를 연출하려고 했고, 지상으로부터 부서져 내린 빛이 분위기를 더해준다.
전시가 열리는 지하 공간은 패션쇼가 열리기도 한다. 모델은 Vault의 연속으로 만들어진 복도를 지나고 양 옆으로는 관객들이 앉아서 쇼를 관람한다. 전시를 볼 때엔 관객의 위치가 바뀌어 모델이 걷던 복도를 거닐며 마네킹을 관람한다. 내가 마네킹을 보는 건지, 마네킹이 나를 바라보는 건 지 헷갈리는 묘한 경험을 주고자 했다. 지상층은 사라 버튼이 이끌고 있는 상품들을 진열 판매하고 있다. 특히 3층은 경험을 나누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사라 버튼의 철학에 따라, 패션 전문 지식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 위치한다. 세미나와 패브릭 아카이브, 그리고 지난 시즌 컬렉션을 스토리가 담긴 스케치와 함께 전시함으로 패션 지식을 나누는 장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