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신표현주의 화가인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er)는 추상적인 대규모 현장을 그리는 작가이며, 그의 작품들의 특징은 “환상적인 현실주의” 이다.
환상적인 현실주의 = 현실의 이미지 + 작가의 재해석 : 왜곡된 형태와 색채
“환상적인 현실주의”란, 현실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만 작가의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는 물감을 그 위에 올려서 환상적으로 보이게 하는 왜곡을 말한다. 이는 사람들의 시각만을 왜곡하기 위해 하나의 필터를 적용하는 것과 같다. 왜곡은 곧 작품이 되어 사람들에게 다양한 시각적인 감정을 제공한다.
현실에 필터를 씌우다 - 작가가 묘사한 모든 현실 위에 필터가 씌워져 사람들의 시각만을 왜곡한다.
내제된 감정을 드러내다 - 씌워진 필터는 현실에 담겨 있던 감정을 강조하여 드러낸다.
이 두 문장은 작가의 작품 제작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미술관에도 적용시켰다. 마치 필터가 미술관 주변의 모든 일상 공간에 씌워져 있는 것처럼 왜곡을 표현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며, 미술관 안에서 왜곡된 시각적 변화를 작품과 같이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작하였다.
메인 소재인 커튼은 필터를 씌우는 행위와 시각적 왜곡을 동시에 제공해주는 재료이며, 유기적인 라인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품의 추상적인 라인과 유사하여 메인 소재로 선정하였다. 미술관의 모든 프로그램은 실제 커튼 안에 놓여 있다. 특히, 전시장은 벽 없이 커튼으로만 구분된 하나의 큰 공간이다.
커튼은 전시장을 4개의 시기로 나누면서 왜곡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 차이는 작가의 작품들의 특징에 따른다. 1990년대 추상화부터 최근 회화까지 초점이 점차 인물로 좁혀지고, 그에 따라 형태와 의미도 뚜렷해 졌다는 점에서 작품의 왜곡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왜곡의 차이를 커튼의 주름과 겹쳐짐의 정도로 표현하였다. 1990년대 전시실에는 주름과 겹쳐짐에 의한 왜곡이 심하며, 2010년대 후반 전시실에는 왜곡이 없는 외부 현실과 유사한 정도의 약한 왜곡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