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 건축가를 위한 1인주거주택 설계이다. 원이라는 완전무결한 도형 속에서, 간결한 구성 원칙을 지켜 나가며 최소한의 벽과 기둥으로 공간을 만들어 냈다. 주택의 온전한 외형은 자족적이고 자존감 넘치는 클라이언트의 성격을 대변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침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은 주택 한가운데 위치한 Workspace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Workspace는 의미상으로도, 도면상으로도, 동선상으로도 이 집에서 최고 위계를 담당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공간이다. Workspace에 앉은 클라이언트는 원형 책상을 중심으로 360’ 회전하며 업무를 진행한다. Workspace 프로그램은 시야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된 공간적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며, 상황에 맞는 자리에서 일의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침실은 일에 지친 클라이언트가 완벽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공간은 온전한 벽으로 닫혀 있다. 현관에서 바로 접근할 수도, Workspace에서 욕실을 거쳐 접근할 수도 있게 동선을 효율적이게 구성했다. 채광을 위한 띠창문은 북동쪽을 향해 나 있어 아침이 되면 클라이언트를 은은하게 깨워준다.
라운지는 Workspace와 침실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일종의 전이공간인 셈이다. 라운지는 업무 공간과 휴식 공간이 구분될 수 있게 해준다. 클라이언트는 라운지에서 남향의 넓은 창문을 통해 휴식, 명상, 고민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공간은 미니멀리즘을 따라 최소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주방과 라운지에 모두 쓰이는 슬라이딩 월(sliding wall)은 최소한의 벽으로 최대한의 공간활용을 하기 위한 방법이다. 덕분에 주택의 평면은 원이라는 거대한 설계원리를 중심으로 간결하고 일관적인 형태를 띈다.
주택의 흥미로운 디테일들은 입면과 단면을 통해 나타난다. 외벽은 프로그램의 구성에 호응할 수 있게 루버와 창문으로 구분지어 디자인하였고, 나머지 벽에는 띠창문을 통해 빛이 들어오게끔 하였다. 집의 바닥은 다섯개의 10cm 단이 공간을 분리한다. 원형태의 단은 곡선의 매력을 한껏 뽐내기도, 이용자에게 독특한 촉각적 체험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