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르는 늘 일에 시달려도 그는 가족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대한 책임감 때문에, 홀로 가족의 생계를 이끄는 가장으로서 돈을 번다.
그러나 어느 날 아침, 그는 벌레가 된다. 그는 이제 일을 하지 못하고 돈을 벌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종일 텅 빈 방에서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고, 자신과 가족들을 걱정한다.
가족들은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혐오한다. 그를 마음의 짐처럼 생각하고, 가족들의 평화를 해치는 존재로 생각한다. 결국 그레고르는 외롭게 죽어간다.
그가 죽은 후 가족들은 그들의 평화를 되찾는다.
그레고르는 아이러니하게도 벌레로 변하고 나서야 ‘인간적’으로 된다. 돈을 벌고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일하던 일상으로부터 멀어진, ‘비일상적’삶을 살게되고서야 인간적 사유를 한다. ‘인간’적으로 사는 것이란 무엇인가? 그레고르는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지 않으며 늘 치열하게 살아왔고, 그러다 지쳐 뒤처진 순간 소외되어 죽어갔다. 인간에게는 사유가 필요하다. 늘 나의 생산적 능력에만 연연했다면, 가끔은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가치에 물음을 던지며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러한 그레고르의 삶에 대한 이해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인간적 사유를 유도하는 공간’이 있는 주택을 설계했다. 이 공간은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일상을 바라보는 공간이자, 바쁜 일상에서는 쉽게 인지할 수 없는 공간이며 일상적 공간과 동선에 대비되는 비일상적 공간과 동선이다. 그리하여 이 공간은 ‘벽 너머의 공간’의 형태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