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의 클라이언트는 조향사이다. 조향사는 세상의 향을 담아내는 직업이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향에 오래 노출되고, 향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또한 향을 판별하기 위해서 후각의 빠른 회복과 적응이 매우 중요하다. 처음 조향사의 개인주택 설계를 진행할 때 이러한 특징들을 반영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해당 주택은 인간과 향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조향사의 작업실에서는 언제나 향이 퍼져 나오며, 곧 집의 모든 공간에 도달한다. 이러한 ‘향’이라는 형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래에서부터 위로 옅게 확산하며 점점 공간으로 퍼져 나간다. 또한 인간은 공간 안에서 짙은 향에 노출되면 무의식적으로 향이 더 약한 공간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향에 오래 노출되면 더 멀고 높은 공간으로 이동한다는 논리를 구성하여 설계를 진행하였다.
1층 : 향의 확산
작업실이 있는 1층 공간은 스킵플로어를 활용하여 여러 단으로 나뉘어져 있다. 가장 많은 향이 생겨나는 작업실은 1층의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다. 손님들과 함께 시향하고 향을 평가하는 미팅룸은 작업실의 바로 위 층에 배치하여 작업실-미팅룸으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동선을 계획하였다. 1층의 주방 같은 경우 주방에서 나오는 냄새가 작업실에서 나오는 향과 충돌하면 안 되기에 동선의 논리에 따라 1층의 가장 높은 공간에, 그리고 작업실과는 가장 멀리 떨어진 공간에 주방을 배치하여 두 향의 충돌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2층 : 향의 단절
작업으로 향에 오래 노출된 거주자는 휴식이 필요하다. 다만 이 휴식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휴식이 아닌, 향으로부터의 해방일 것이다. 이를 2층 사적공간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향으로의 해방은 곧 자연으로의 노출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2층에는 드레스룸과 침실, 두 공간이 존재한다. 그러나 두 공간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부로 향하는 발코니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자연으로의 노출을 허용함으로써 향으로부터의 해방을 이루어 내고자 하였다. 또한, 2층을 올라온 순간부터 다른 공간들로의 연결로는 전부 내리막길이다. 이 역시 자연스럽게 발코니로의 움직임을 유도하고자 한 설계 의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