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림동의 침수 문제에 대한 자료조사를 진행하며, 도림천의 ‘범람’이란 단어를 빈번히 접할 수 있었다. 본인은 어릴 적 ‘범람’이란 단어를 ‘나일강의 축복’이란 표현에서 처음 배웠고, 비교적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반면, 도림동에서 ‘범람’은 이번 8월 8일 인명 사고를 일으켰던 집중호우와 같이 도시 침수를 일으키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그려졌다. 동일한 '범람'이 나일강에서는 축복으로 받아들여지고, 도림동에서는 재난이 되는 것의 차이에 집중했고, 바꿀 수 없는 조건을 재난이 아니라 축복으로 전환하는 나일강의 태도를 도림동에도 적용하고자 했다.
따라서 도시침수지도와 하천범람지도 상의 위험 지역이 겹치는 부분에서 대상지를 선정하고자 했고, 그 중 이미 우수를 수집하는 인프라가 마련되어있는 도림2동빗물펌프장과 유수지를 대상지로 선택했다.
또한, 작물 재배에 물을 많이 사용하는 도시농업을 프로그램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해당 지역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도시재생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현장 답사와 고물상 위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도림동에 폐지수집 노인이 많음을 확인했고, 그들의 노동 환경과 처우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폐지수집 노인을 도시농업의 노동자로 포용해, 도시농업을 매개로 이들이 인근 주민과 공생하는 싸이클을 만들고자 했다. 또한, 외곽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도심으로 이동하는 데 드는 화석연료를 절약하는 도시농업은, 기후변화로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집중호우의 근본적인 개선책이 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수를 방출하는 기존의 단일한 동선에 도시농업을 통해 우수를 사용하는 동선을 추가한다.
유수지 바닥은 샌드댐 원리를 적용해서 구조체와 모래로 변경하여 우수를 저장했다. 또한,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태양고도를 고려하며 태양광을 더 많이 수용할 수 있는 계단식 형태로 매스를 구성했다.
도시농업은 시설재배와 식물공장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개별 작물들의 재배 공식을 활용해 농산물 재배의 최소 볼륨을 만들었다. 이 볼륨을 앞서 구성한 계단식 매스에 채워 넣어, 건물의 주목적인 농산물 생산량 증진을 도모했다. 그리고 유수지에 찬 물과 모래를 바라보는 물 보이드, 에스컬레이터로 수직 이동을 제공하는 통행 보이드, 유수지와 건물을 연결하는 유수지 보이드, 이 세 가지 보이드 볼륨을 다양한 형태로 조합하는 스터디를 진행했다.
콘크리트 구조체 위에,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아치 철골 구조가 얹혀 거대한 온실을 구성한다. 구름이 물을 머금었다가 농사에 필요한 비를 내리는 것처럼, ‘나일’도 품었던 물을 새로운 형태의 농업에 공급하며 도시에 기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