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서 설계하고자 했던 오피스는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벽이 없는 오피스”다.
벽으로 구획된 오피스는 설계를 맡은 건축가의 의도대로 통제되어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통제를 해체하여 변화무쌍한 사용자 행태를 공간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최대한 구획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공간으로 구현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아이디어들을 정리했고, 그 이론을 건물에 반영해보기로 했다.
먼저 아이디어를 구현시키기에 어떤 매스가 적합한지에 대해 스케치와 스터디모델로 적용시켜가면서 테스트했다.
처음에 볼륨을 다룰 때는 형태에 집중하여 만들었다. 그러나 구현하고자 하는 오피스는 그렇게 매스에 접근해서는 답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접근 방식을 바꾸게 된다. 물체를 자르고 깎아 어떤 형태가 나오는지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그런 형태들을 녹여서 하나의 거대한 매스로 치환하여 표현하고 빈 공간을 스터디모델에 표현함으로써 공간의 종류에 대한 사고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었고 매스스터디 모형을 46번째 모형까지 만들고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러면 이제 평면에 대한 고민이다. 46번 모델은 4개의 거대한 사면체 매스가 이웃한 부분 없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데, 이 형태는 코어 설계에 불리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코어가 수직으로 뚫고 지나가야 한다면, 코어 주변에 생길 슬래브를 같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스터디했고, 그 결과 중심코어와 그 코어를 둘러싼 직사각형 슬래브, 그리고 코어까지 파낸 형태의 평면으로 도출해냈다.
파사드는 공간을 해체하여 녹이고 다시 굳힌 느낌을 살리기 위해 Industrial mood에 적합하다고 생각한 메탈라스와 스틸 프레임 커튼월을 적용시키기로 했다. 그렇게 하여 다음과 같은 오피스가 완성되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어서 이 세상에 질문을 던지지 않아도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피스, 더 나아가 건물은 반드시 벽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과 타협하여 세워진 벽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번 설계에서 그런 벽들을 덜어내 보고자 했다. 이번 설계를 통해서 벽이 없는 오피스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냐는 다른 누군가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꿨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