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 작품
시간이 지나며 색이 바랬어도, 우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 어릴 적 동심을 품고 살아간다. 순수했던 어린 왕자는 회색빛 사회생활과 현실의 어른들에게 물들었지만, 그의 빛바랜 동심은 아직도 그의 마음 한 켠에 남아있다.
이 집의 클라이언트는 어른 왕자로, 동화 속 ‘어린 왕자’가 지구에서 40세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그렸다. 그는 아내와 어린 아들과 함께 캘리포니아 사막에 살고 있다.
집의 컨셉은 ‘장미’로, 장미 꽃잎의 겹침과 관입을 재해석하여 이를 ‘집’의 기능과 엮어 생각해보았다. 가족들의 동선이 겹치고, 시간이 겹치며, 이로 인해 집 안에서의 추억이 겹치는 과정에서 집은 가족 생활의 일부가 되고 추억 그 자체가 된다. 특히나 어린 아들이 있는 어른 왕자 집의 경우, 어린아이를 중심으로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밥을 먹고, 아이를 가르치고, 생활하게 된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시간을 공유하며 그렇게 가족이 되어간다. 동시에 역병으로 가득 찬 험한 세상에서 집은 더이상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용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서재에서 동화책을 쓰는 아내와, 재택 근무를 하며 때때로 2층의 자신만의 공간에 들어가 사색에 잠기는 아빠, 어린 아들과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옥상정원까지, 집은 그들의 일터이자, 놀이터이고, 그들만의 작은 우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