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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전 작품

[건축학과 졸업설계] 엄호준 | 남산 선형 화장장
  • 건축설계(9)
  • 지도교수 : 민현준, 고건수
  • 작성일  2021-04-08
  • 조회수  1955

 

 

 

오늘 서울에서는 124명이 죽었다. 그리고 이들 중 112명은 이승을 떠나는 방법으로 화장을 택했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 도심에 화장장을 계획하는 방법에 대한 건축적 제안이다.

 

국내 장묘문화는 지난 20년간 매장에서 화장으로 급변해 화장률이 90%에 이른다. 그러나 이를 수용할 화장시설은 여전히 부족해 향후 심각한 화장대란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혐오시설로 낙인 찍힌 화장장에 대한 선입견에 있다. 이에 본 프로젝트는 '도시와 화장장의 공존 방법'을 제시해 죽음 또한 삶의 일부이자 일상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이며 기피의 대상인 죽음이란 필연적 요소를 건축적 경험을 통해 ‘좋은 죽음(well-dying)’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하고, 도시에서 생을 마감하는 고인과 이를 떠나 보내는 유족들의 마지막 여정, 그리고 화장 이후에 도시에서 맺게 되는 죽은 자와 살아가는 자의 삶의 관계를 설계에 담았다.

 

 


 

 


 

 

남산에 위치한 화장장과 추모시설은 50년전 시민들의 생존을 위해 건설된 남산2호터널이, 시민들의 죽음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되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차량으로 2분만에 통과하던 가장 빠른 터널을 죽음의 여정을 걷는 120분의 시간을 담는 ‘가장 느린 터널’로 바꿨다.

 

설계의 주된 관점은 ‘전통 상례문화인 상여길의 건축적 재해석을 통한 슬픔의 단계적 승화’와 ‘기존 화장장의 동선 간섭 문제 해결을 위한 선형적 계획’에 있다. 고인이 집을 떠나 묘지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일컸는 상여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상여길이 고인이 이승을 떠나는 길이자, 유족들이 고인을 회상하고 추모하며 슬픔을 승화하는 과정(sequence)이라 해석하였다. 우리나라 정서상 장례는 고인을 모시고 넋을 기리는데 초점을 맞추는데, 사실 이는 고인을 위함도 있지만 유족들을 위한 의식 이기도 하다. 설계과정에서 이러한 상여길에서 나타나는 단계별 정서와 대비요소를 고인과 유족을 위한 두가지 시퀀스로 재해석하였고, 시점(start-point), 중점(mid-point), 종점(end-point) 순으로 전개되는 3가지 점과 이들을 이어주는 선형의 공간에 순차적으로 풀어나갔다. 두가지 시퀀스는 서로 중첩되기도, 분리되기도 하며 슬픔을 승화하기 위한 장치로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