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전 작품
강원도 횡성군 풍수원(豊水院) 골짜기의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 계획안은 현시대 ‘자발적 고립’으로써 피정(避靜) 공간을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프로젝트는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피정이 일어나는 공간을 제안하기 위해 수도원 건축을 재해석하며, 이는 현시대와 종교 간의 현상 파악을 시작으로 피정과 수도원의 양식, 생활, 건축 전반에 이른 조사를 바탕으로 한다.
현대는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된 개인 중심 사회로 나아가고 있고 순기능과 역기능으로부터 기인하는 사회적 논의와 갈등 속에 있다. 종교, 특히 카톨릭은 그 중심에 위치하는데, 변화를 위해 1962년 교황 요한 23세가 결심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는 세속적인 권력과 작별해 정교분리를 이루어내고 개인의 자유에 대해 긍정하는 동시에 공동선의 가치를 강조한다. 이를 통해 교회는 개인성이 팽배하는 현대 사회에 교회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하지만 20세기를 지나 21세기는 초-개인주의의 양상으로 진입했고, 더욱 심화된 개인의 심적, 영적 결핍 상태는 다시 한번 도움이 필요하다.
본 프로젝트는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결핍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피정을 제안한다. 피정은 피세정념의 줄임말로, 세상으로부터 멀어져 영적 수도의 길을 걷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피정의 기원은 은수 생활로써의 원시-피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보다 고립된 개인성을 보장하는 과거 피정의 특성을 현재의 피정에 도입한다. 이를 위해 현대적 원시-피정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으로 반-봉쇄 수도원을 현대적 공간으로 제시한다.
수도원 건축의 현대적 재해석은 보편적 건축양식으로 자리 잡은 수도원을 과거와 현재로 재구성하여 시대성을 반영한 건축물로써 계획하는 시도이다. 횡성 수도원은 영적 가치, 주요 공간 구성, 중정과 회랑을 보존하며, 배치와 형태, 지형과 레벨, 건축 요소의 재해석 과정을 거친다. 이에 더해 수도원 건축의 분위기와 지역성에 대한 논의를 통해 지금, 그리고 대지에 보다 당위성 있는 건축물을 제안한다.
성 베네딕도회 횡성 수도원 계획안은 피정이라는 카톨릭 프로그램 안에서 ‘자발적 고립’ 공간에 대한 이해와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제안이다. 하지만 영적 도움은 그 손길이 차별 없이 누구에 게나 미칠 수 있어야 한다. 힘든 날 언제든 훌쩍 피정을 떠나 본인을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고 사유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자발적 고립’ 공간 탐구는 지금보다 더 큰 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횡성 수도원이 카톨릭 평신도를 넘어서 현시대 결핍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