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프로젝트는 한강과 남산이 조망되는 서울의 경사지에 '승무'를 모티브로 한 불교 복합시설(법당, 카페, 사무실 등)을 설계한 작업이다. 조지훈의 시 <승무>가 가진 시각적·형태적 특징(곡선, 접힘, 여백)을 공간의 구조로, 춤 승무가 가진 파동과 감정의 전개를 동선의 흐름으로 결합하여 번뇌의 해소와 초월의 과정을 건축적으로 구현했다.
경사면과 우수한 조망을 갖춘 대지의 특성을 살려, 건물이 땅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배치했다. 틈을 통해 빛과 풍경을 끌어들이는 '건축적 무위(無爲)'의 태도를 취한다. 연속적인 띠 형태의 지붕은 지표면 바로 위에 떠 있는 듯 연출되어, 외부에서는 내부가 감춰지지만 내부에서는 자유로운 동선과 순환을 경험하게 된다.
지붕의 고저차와 곡률, 폭의 변화를 통해 승무의 감정선을 시각화하고 자연스러운 동선을 유도한다. 시작 단계의 진입부에서는 낮고 넓은 지붕 아래 일주문 역할을 하는 두터운 벽이 속세와 종교 공간의 경계를 짓고, 지하로 진입하며 제한되는 시야는 내면으로의 깊은 몰입을 이끈다. 이어지는 예열 구간에서는 지붕의 폭이 좁아지고 살짝 위로 들리며 시야가 점차 확장되어 공간의 파동과 감정의 고조를 암시한다. 동선의 흐름이 가장 역동적인 곡률 변화를 띠는 전개 구간은 점차 상승하는 층고를 통해 격정적인 번뇌와 춤사위를 극적인 공간감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동적인 흐름 한가운데에는 비움의 공간인 중정이 정적인 축으로 자리한다. 하늘로 열린 채광 속에서 명상하며 감정의 리듬을 고르는 숨 고르기의 공간이다. 이후 마주하는 절정은 가장 높고 급한 경사를 지닌 매스로 중심을 뚫고 쏟아지는 빛과 불상-석탑-한강으로 이어지는 시각적 축을 통해 차별화된 영적 경험을 선사한다. 마지막 마무리 구간에서는 다시 낮아지는 지붕을 따라 법당에서의 팽팽했던 긴장감을 부드럽게 풀어낸다. 완만한 경사 너머로 펼쳐지는 한강 뷰를 마주하며, 번뇌를 내려놓고 자연과 연결되는 쉼과 새로운 순환의 단계를 맞이하게 된다. 평면은원불교의 ‘일원상’진리를 따르며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매스들이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하나의 유려한 지붕 아래 어우러지며 조화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