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와 자신을 별개의 존재로 생각하고, 종교에 흥미를 갖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는 신도 수와 함께 그 위상도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종교 단체들은 더 이상 고리타분한 교리와 경전을 일반인들에게 권하지 않고 있고, 더 친근하게, 더 가벼운 모습으로 종교를 ‘체험’ 시켜주기 위해 노력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수면에서 이루어지는 전반사 원리를 적용한 시각적 장치가 들어간, 카페의 기능과 기도공간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채플을 설계하였다. 채플 가운데에 부처를 상징하는 탑을 배치하였고, 그 주변으로 수공간을 형성하였다. 북동쪽의 직사각형 매스에서 각종 업무들을 수행하고, 두 개의 대칭으로 되어 있는 공간에서 기도와 휴식을 할 수 있다. 채플의 모든 공간에서 중심을 탑을 바라볼 수 있는데, 이때 각 공간의 바닥에 레벨 차이를 주어 물에 비치는 탑의 모습이 보이는 공간과 보이지 않는 공간이 존재하게 된다. 이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에서 다루는 핵심 내용인 “한 곳에 집착하여 머물러 있는 마음을 내지 말고, 모양이 없는 진리로서의 부처를 깨달아야 한다.”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탑 만을 집중적으로 감상하기 위해, 지붕을 매우 얇은 부재로 설정하였고, 각도를 조정하여 탑을 바라봤을 때 지붕 형태가 직선으로 수렴하도록 하였다. 추가적으로, 빛의 순광, 측광, 역광을 이용해 동 시간대에 다른 장소에서 탑을 바라봤을 때, 밝고 가벼운 모습과 어둡고 무거운 모습으로 그 인상이 달라지도록 하였다. 이 모든 시각적 장치들은 공간 체험자로 하여금 진리(부처)의 초월성을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