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安)아(兒)주기’는 ‘아이에게 편안함을 주기’라는 의미와 집의 전반적인 구조를 모두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디지털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다른 입장의 두 세대가 만나면서 아날로그적인 집을 만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갔다.
이 집의 사용자는 디지털과 거리가 먼 노부부와 앞으로 디지털을 많이 접하게 될 손녀이다. 원래 한옥에 살던 노부부는 불의의 사고로 부모와 이별한 손녀딸을 키우게 되면서 교육을 위해 도심 인근으로 이사했다.두 분은 서로의 직업과 특기를 살려 원데이 클래스를 집에서 운영하는데 할아버지는 서예와 동양화를, 할머니는 한식요리, 다도를 가르친다. 손녀는 노부부에게 시계가 되어 손녀가 학교에 가 있을 시간에는 수업을 진행하고 손녀가 집으로 돌아오면 서로의 작업실에서 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손녀에게 노부부의 시선으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세상에는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 이 집의 주요한 특징이다. 다도와 동양화, 서예 등은 누군가에게는 올드하고 따분한 작업일 수 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시선에서 손녀에게 알려줄 수 있는 가장 자신있고 좋은 프로그램일 것이다.
한옥에서 살았던 노부부를 위해 가운데에 집안 모든 곳에서 공유하는 중정을 만들고 도로쪽을 수업동, 안쪽을 생활동으로 나누었다. 수업동에 위치한 할아버지의 작업실은 다양한 크기의 작품을 위한 높은 층고, 할머니는 앉아서 다도를 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복도를 전시공간으로 만들었다. 생활동의 2층은 온전히 손녀를 위한 곳으로 보이드 공간을 만들어 손녀와 노부부가 다른 층에 있더라도 서로 소통이 가능하도록 했다. 외부인이 중정을 통해 생활동을 바라볼 수 있기에 가운데 손녀와 함께 성장하는 나무를 두어 이를 방지하면서 조경적 요소로 활용했다. 손녀는 마루로 나가거나 마당을 뛰어놀기도 하고 집안을 순환하면서 활기를 만든다. 집안 어디에 있더라도 노부부와 손녀가 함께하면서 손녀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