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간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공간적으로 탐구한 이 프로젝트는 가족 관계에서 가장 어색할 수 있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어떤 공간 설계가 갈등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까?
구성원 간의 어색함을 완화하기 위해 자주 만나야 할까, 아니면 적게 만나야 할까?
각자의 취미와 일상을 존중하려면 공간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까?
갈등은 얽힌 실타래처럼 공동 생활의 본질에 깊이 얽혀 있다. 이를 피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간적 배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각 공간은 거주자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간접적인 교류가 가능한 의미 있는 장소로 설계되었다.
프로젝트는 전통적으로 부차적인 역할을 해왔던 전환적·기능적 공간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이러한 공간들은 이제 다차원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장소로 탈바꿈된다. 발코니는 배치와 유형에 따라 멀리 있는 산을 프레임으로 담아내거나, 더 밀착된 외부 경험을 제공해 거주자들이 외부와 교류하는 방식을 미묘하게 차별화한다. 이를 통해 개인적인 경험을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게 만든다.
복도 역시 단순한 이동 통로에서 벗어나, 거주자 간 우연한 만남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설계적 장치로 변모한다. 계단과 복도는 사적 공간과 공용 공간 사이에서 부드럽게 소통을 매개하는 공간으로 재해석되었으며, 이러한 전환 공간들은 거주자들이 자유롭게 경계를 넘나들며 교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프로젝트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경사지에 대한 설계적 대응이다. 자연 지형을 활용해 ‘소통의 레벨 차이’ 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경사지를 통해 각 공간을 구분하면서도 건축적 산책로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건축적 산책로는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이동 동선을 존중하는 동시에, 다른 공간과의 접점을 증가시켜 다른 장소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여지를 부여한다. 레벨의 변화는 층별 레이어의 변화로 치환되어 이동의 흐름을 유도하고, 거주자 간 마주침의 빈도를 조정하며, 경사지 자체는 구성원 간 상호작용의 정도를 제어하는 중요한 설계 도구로 변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