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인구는 감소하고, 총 가구는 증가했다. 2세대 가구의 비율은 감소하고, 1인 가구와 1세대 가구의 비율은 증가하였다. 현대 사회는 개인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개개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연적 만남과 일상의 공유를 원한다. 앱으로 모임을 만들고 이웃과 중고 거래를 하며, 잠깐 만나 맛집을 방문한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에는 내밀한 모습까지 게시한다. 개인화가 진행될 수록 역설적이게도 연결점을 찾고 ‘나’를 내보이고 싶어한다. 그리고 내보이는 ‘나’는, 사실 철저하게 연출된 장면이다. 프라이버시를 연출함으로써 ‘나’를 더욱 드러낸다는 느낌을 자아내고, 사람 간 소통을 증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충족하는, 사회적으로 투명한 주거모델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 모델을 적용시키는 데에 있어 이미 우리나라에 상당 수를 차지하는 판상형 아파트가 유리하다고 분석하였다.
예측 가능한 그리드와 반복적 세대 구성은 도시의 맥락을 끊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투명성을 담을 잠재력이 크다. 또한 재건축 연한이 되었어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신도시 판상형 아파트의 경우 리모델링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에 사회적 투명성을 높이는 주거 모델로 판상형 아파트 단지 리모델링을 진행하였다.
사이트는 대전 둔산 신도시의 다섯 단지로 이루어진 아파트로, 전형적인 판상형 아파트 단지의 모습을 띄고 있다.아파트의 출입구는 총 세 개이며, 부분적으로 이어져 있고, 지상 공간은 대부분 주차장으로 사용된다. 주변엔 비슷한 형태의 단지가 이어지며, 단지 별로 낮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어 사실상 하나의 메가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도시의 맥락을 잇고 우연적 만남을 증진하기 위해 담장을 허물고 지상 주차장 지하화, 1층 세대 필로티화를 통해 보행 및 상업가로로 탈바꿈한다. 줄어든 세대 수는 수직 2개층 증축을 통해 보완한다.
남측으로는 거실을 이분화한다. 최남측 얕은 거실은 거실이자 개인을 연출하는 공간이다. 개인적지만 공유하고픈 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이며, 세대마다 다른 이 공간의 모습은 결국 아파트 전체를 다채롭게 구성한다. 남북측 수평증축과 코어 외부화를 통해 면적을 늘리고, 북측은 편복도화 하여 세대간 우연적 만남과 소통을 증진시킨다.
일부 세대는 1인 가구에 적합한 세대 분리를 통해 임대 수익을 늘린다.
감소된 입주민 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커뮤니티 시설을 중층화하고, 이를 잇는 공중 보행로를 조성한다. 공중 보행로는 단지의 열을 잇고, 각 동의 편복도를 통해 행이 연결되어 모든 단지를 잇는다. 이때 커뮤니티 시설은 주동북측에 위치하여 남측의 거실부와 접하지 않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