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건이 얽히는 복합적인 무대이다. 본 프로젝트는 후암동의 맥락 속 다양한 생각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후암동은 서울 도심 속에서 고유의 정겨움과 이질적 매력을 간직한 특별한 동네이다. 정다운 골목과 삶의 온기가 스며든 후암 시장, 그리고 남산 자락 아래 이질적 도시 풍경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 잊히기 쉬운 소중한 가치를 일깨운다. 그러나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한 디지털화와 도시화는 인간관계의 단절을 초래하며, 동네의 고유한 정체성과 물리적 환경을 점차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
이의 회복을 위해 본 설계는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영역성의 유동적 특성을 반영하고, 이접성을 활용해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할 여지를 조성함으로써 주민들 간 새로운 교감과 관계를 촉진한다. 공간의 이접성은 사람과 공간, 공간과 사건 간의 경계를 허물어 다양한 층위에서의 만남과 상호작용을 유도한다. 특히 내부에서 창을 통해 바라보는 후암동의 풍경은 대지 외부와 내부 공간의 이접성을 통해 새롭게 프레임화된다. 레벨 차이를 활용한 접근 방식은 공간을 다양한 층위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연속성을 강화한다.
결국 시설은 단순히 효율적 업무 처리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다시 연결되는 장으로 탈바꿈되어 아날로그적 관계의 회복을 통해 후암동 특유의 정을 되살리는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