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대학 졸업을 축하합니다.
어려운 학위 과정을 마친 것을 축하하고, 저도 대학생 둘 둔 부모로서, 부모님들께 더 이상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축하드립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세상은 만만치 않고, 앞길은 막막하고, 대학 안 나온 사람이 없어 보이는 세상이라, 대학 나온게 축하 받을 일인가 싶기도 하시겠지만, 분명히 여기서부터는 독립된 나의 삶의 시작이고, 대학을 마친 사람으로서의 의미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을 마친, 큰 공부를 마친 사람은 나를 남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더구나 우리는 건축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남의 삶을 담는 집을 짓는 사람들입니다. 항상 나를 작은 존재로, 쓰임새 있음에 감사하고, 여럿 속의 나로,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성공한 삶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30년간 건축가로서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을 봤지만, 자신만을 바라본 사람의 성공은 드물며, 외로웠으며, 오래가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성공이라는 말이 앞으로 여러분에게 떨어지지 않는 꼬리처럼 붙어 다니겠지만, 대학을 마친, 큰 공부를 마친 사람의 진정한 성공은, 삶을 길게 보고, 긴 삶의 여정에서 순간의 삶의 기쁨들을 감사하고 즐길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에서 스케일을 생각하고 디테일을 공부하면 오히려 작은 게 더 힘들고 어려운 것을, 그 작은 걸 소홀히 했을 때, 큰 것의 아름다움을 모두 잠식할 수 있음을 설계를 하면서 충분히 배웠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는 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삶이 건축보다 더 크고, 나와 가족의 건강이 모든 것에 앞서며, 작고 소중한 것을 지켜낼 수 있을 때, 크나큰 것을 편안히 바라보고 큰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또한 긴 인생의 여정에서 작은 절망과 작은 성공이 큰 삶의 항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또한, 스케일의 마법을 아는 건축가의 삶의 여정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삶은 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이고, 행복을 품는 마음이 우리 몸의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듯이, 소박함의 가치, 쓰임새가 있음에 감사하고,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행복하고 멋진 인생을 살아가시기를 기원하며, 축사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 2. 22
건축도시대학 학장 이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