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들이 간격없이 제멋대로 늘어서있고, 그 사이 비좁은 길들이 보차분리되지 않은 채 차들과 사람들을 한 데 뒤엉겨 지나다니게 하며, 좁고 기다란 시장 아케이드 안에서 젊은 층과 노년 층, 주민과 외부인이 한 데 섞여 북적이고 있었다. 망원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러한 요소들에 나는 사춘기 같은 반항심을 품었고 답답함에 목이 메었다. 이 도시에는 휴식이 필요하다.
본 프로젝트는 앞서 말한 망원동 거리의 빡빡함을 느슨하게 풀어 망원시장, 망리단길과 같은 망원의 정체성을 담당하는 요소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잘 호응하고 작동할지에 대한 고민을 통했다. 먼저 땅에 임의적으로 경사를 주어 자연스러운 동선 흐름의 기초를 잡은 후 시장 아케이드 옆구리를 터뜨려 사람들이 부지 안으로 빨려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사이트 중앙을 비워 시선의 차단을 해소하고 이를 둘러싼 곡면 슬라브가 동선, 스카이라인과 호응하며 유려하게 흐른다.
시장과 인접한 매스에는 시장의 특성에 맞게 활발한 해방적 공간을 형성했다. 첫 레이어에는 버스킹존과 공연장이 있고 그 위에 시장 음식을 먹으며 중앙 보이드를 통해 아래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가 있다. 그 위에는 반대쪽 공간에서 이어지는 옥상 녹지정원이 있다.
주출입구에서 공연장의 반대편으로 진입하면 왼쪽에 민원 오피스를 끼고 흐르는 대공간이 나타난다. 길의 폭과 천장고의 변주로 자연스럽게 민원공간과 도서관/휴식시설이 블랜딩되는 공간이다. 흐름을 따라가면 내부 보이드를 통해 윗층의 갤러리로 이어지게 되고, 한 층 더 올라가면 반대편 옥상정원으로 통한다.
사이트의 중앙에 위치한 명상공간은 이 프로젝트 컨셉의 핵심 공간이다. 지하 3층 깊이로 뚫린 깊은 숲을 가느다란 브릿지 위로 건너가면 천창이 뚫린 원형 명상공간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숲으로 한차례 걸러진 심신을 수양하며 극적인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지하주차장에서 올라오는 램프를 이용하면 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경험할 수도 있다.
특별한 형상의 공간이 도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빡빡한 도시에 지친 심신을 여유롭게 풀어주는 복합문화시설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