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공간을 경험하고 전시 구성을 통해서도 낯섦을 느끼는 갤러리를 설계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하얗고 깔끔한 미술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낯선 갤러리에 들어올 땐 마치 안개 낀 동굴에 들어오는 듯하다. 전시장 위로 올라갈수록 어두워지며 동굴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밖에서 봤던 외관의 사선을 내부 벽체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걸을 때마다 벽과 천장의 높이와 기울기가 달라지는 것에서 낯섦을 경험한다.
이 갤러리에서 완전한 전시품은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낯설게 느껴지는 조각 혹은 파편들을 마주하고 그 파편들이 무엇인지 부분적으로 인지한다. 어느 순간 다른 공간으로 접어들었을 때 그 조각의 이면을 보고 비로소 그 실체 또는 전체가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는다. 전체를 부분으로도 인지하기 시작함으로써 전체와 부분의 관계에 대해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전체 없이는 부분도 없고 부분 없이는 전체도 없음을 안다. 전체와 파편, 완전함과 불완전함에 대한 생각을 한다.